독서 및 글쓰기

문어의 아홉 번째 다리 - 1주차 서평

글루온: Gluon 2023. 1. 11. 23:20

106쪽까지 읽고 쓴 글

- 106p "세상의 어떤 비밀업무 하나라도 혼자 하는 것이라고 믿는 건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다. 비밀요원, 정치기구, 국가의 민족주의자, 거물 은행가 중남미의 마약거래상, 아프리카의 독재자, 무기거래상. 이들은 새로운 세계질서 안에서 패자가 될 것이었다. 이 평화는 그들의 평화가 아니었다." 현재 세게에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일들(기아, 빈곤, 전쟁 등)은 본질적으로 현재 권력을 가진 국가들의 권력 다툼(power game), 그리고 각국의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자본주의 내지는 시장경제의 꾸준한 성장을 도모하는 것, 또 경제적 성장에 집중하기 때문에 세계적인 규모의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점이라는 것을 작가가 통찰력 있게 풀어냈다.

- 미국, 중국, 러시아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기로 합의한다. 국가 대 국가의 합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각 국가의 체제가 그 나라 국민들의 합의에 의한 것이든, 통치자의 편의와 권력 유지를 위한 것이든 그 나라의 체제를 인정하고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환경 문제를 추진력 있게 해결할 수 있게 되는 대신 각국의 문제를 방기하거나 인정하는 결과를 낳는다(환경 문제는 아니지만 북한과의 협상이 대표적인 예시이다-편의상 북한도 나라라고 하자). 그렇다면 환경 문제가 각국 국민들의 인권이나 자유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서로 다른 가치들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대한 판단이 국민들의 합의가 아니라 지도자들끼리의 밀약으로 정해지는 것은 적절한가(비난을 무릅쓴 통찰력 있는 결단인가, 민주주의의 원칙을 거스르는 독단적인 판단인가?)? (적절하다면, 민주주의는 '대중들이 생각하지 못하지만 미래와 공동체를 생각하면 내려야만 하는 결정이 때로는 민주적인 방법으로 내려질 수 없다'는 본질적인 한계를 내포하는 것인가?)

번외로.. 중국이나 러시아의 국민이 자유를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고 흔히 비판하는데, 미국의 국민은 소유한 재산이나 소속된 사회적, 경제적 계층에 관계없이 최소한의 삶을 보장받을 권리, 정치적인 의견이 반영받을 권리 등을 보장받고 있는가?

기타 파편적인 감상들

- 미국, 중국, 러시아가 G3으로서 협력하자 UN 또한 무의미한 기관이 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법 한 일들이 세계적인 권력자들의 도움으로 일어나는 것이 김진명의 소설(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을 떠오르게 한다.

- 기후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으로 네이버 웹툰 <홀리데이>에서는 (초현실적인 능력을 가진 주인공을 내세워) 보다 극단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주제가 비슷해서 비슷한 느낌이 들었지만 이 소설이 그나마 더 현실성 있다.

책 <<문어의 아홉 번째 다리>> 앞표지